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죽은 9살 딸, 왜 죽었는지라도 말해달라”
눈물의 1인시위...병원 측 “최선을 다했다. 민사소송 결과 따르겠다”
9살 예강(전예강·여)이가 지난 1월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가족들은 병원 측에 사고원인 등의 설명을 요구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적법한 절차를 밟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고병원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예강이 가족들은 지난 달 19일부터 사고의 진상규명과 병원 측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사고가 난 서대문구 S 대학병원 앞에서 22일째 눈물의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강이 가족들은 “의료진의 오판과 레지던트 1년차들의 미숙한 요추천자 시술로 인해 아이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요추천자란 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기 위해 환자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온 몸을 구부리게 한 뒤 척추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시술이다. “예강이가 응급실에서 레지던트 1년차 2명에게 40분 동안 5차례(병원 측 주장 4번) 요추천자를 시술받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쇼크로 사망했다”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39)씨에 따르면 예강이는 사고 발생 사흘 전인 1월 20일부터 코피가 났고 동네병원에서는 혈관이 약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그런데 4일이 지난 23일 아침까지 아이가 코피를 쏟아 인근 종합병원에서 큰 대학병원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예강이는 23일 오전 10시께 S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이로부터 4시간 뒤인 오후 4시께 긴급수혈, 바로 뒤 요추천자 시술을 받았다.
레지던트 1년차 2명의 요추천자 시술은 5차례나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예강이의 비명소리도 더욱 커져만 갔다. 요추천자 시술을 시도한지 30여분이 흐른 뒤 예강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드나 했더니 갑자기 의사들이 응급실로 뛰어왔다. 2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이 이어졌지만, 예강이는 오후 5시께 숨을 멈췄다.
최씨는 “예강이가 응급실에 왔을 때 혈소판 수치가 9000이었다”면서 “뇌출혈도 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수혈이 지연됐고, 무리하게 요추천자 시술을 해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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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병원 측의 거부로 의료분쟁조정도 못 받아...
최씨에 따르면 가족들은 사고의 원인 규명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병원 측에서는 “의료 시술에는 문제가 없었다. 법적인 절차를 밟아 정보 공개를 요구하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믿고 있었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도 받지 못했다. 병원 측에서는 “의료진과 시술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중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상 피신청인(의사)이 조정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조정에 응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중재가 이뤄질 수 있다.
사고 5달이 지난 6월 19일이 돼서야 예강이 가족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의 과실 등의 책임을 물어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또 국회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요구하고, 정부와 의료계에 미숙련 의료인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동시에 시작했다.
“병원 공식사과 받으면 우리 예강이 보낼 수 있어”
최씨는 “병원에서 사망 이유와 진심어린 사과만 들으면 우리 예강이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람이니깐 실수를 할 수 있어요. 그 실수에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용서도 받을 수 있고요. 제가 원하는 건 딱 한가지에요. 예강이를 떠나보냈던 사고 당일에 대한 병원측의 진심어린 사과... 그 사과만 들으면 우리 애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가족 또한 예강이를 웃으면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에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고인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고, 향후 민사소송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부터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고, 이에 의료진들은 적합한 절차에 맞게 치료를 했다”면서 “가족들의 주장하는 의료진의 과실 문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신청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정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이후 민사소송 결과를 지켜보면서 병원 차원의 대응 방법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강이 가족들은 온라인 상에 ‘난예강이’ 블로그(http://iamyekang.tistory.com/)를 만들어 예강이 사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난예강이’ 블로그에는 예강이 진료 기록들과 요추천자 시술 당시의 CCTV 영상 등이 올라가 있다. 또 공식 서명운동을 위한 공간과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신청 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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